지구의 끝, 최고의 오지인 북극에서
촬영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장갑을 끼면 , 아무래도 셔터를 누르는 감각이
둔해서 맨손으로 찍어야 합니다.
정말 손이 얼정도가 되면 다시 장갑을 끼고,
다시 장갑을 벗은다음 , 세찬 눈보라와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그만 찍을 까? 이 정도에서 멈출까?
끊임없이 자신과 타협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습관에 의해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갑니다.
자신과의 싸움? 맞습니다.
대충 찍으려는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 안일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나중에 결과물을 보고, 후회를 합니다.
더 찍을걸...
아직, 채 얼지 않은 북극해를 찾아 파도를 찍는 장면입니다.
파도를 찍어서 뭐하려고?
손가락은 점점 마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찬 눈보라가 장난이 아니네요.
베링해의 눈보라가 도로를 샅샅이 누비고 다닙니다.
눈이 낮게 깔리면서 살을 에이는듯한,
칼바람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한 곳이라도 더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악착같이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봅니다.
서서히 얼어가는 북극해,
아직 얼지 않은 바닷가의 한 귀퉁이 장면을 찍기 위해, 몸을 낮추고
렌즈를 가져다 댑니다.
너무나 세찬 눈보라로 인해 아무리 찍어도 사물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찍어댑니다.
백장을 찍다가 한 장을 건져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 끊임없이
찍을 뿐입니다.
눈보라가 숨을 돌리길 기다려봅니다.
눈보라가 앵글을 가려 피사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끊임없이 기다려 봅니다.
경비행기를 타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저 비닐봉지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시죠?....ㅎㅎ
위장이 망가지고, 만성변비에 제일 특효인 그리고 당뇨에도 좋은
천연 물개 기름입니다.
시골마을에 들러 직접 원주민에게 샀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탔는지 모릅니다.
비닐봉지를 소중히 안고 행여 샐까 봐,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지
모른답니다.
삼일을 안고 다녔습니다.
저 멀리 있는 레이더가 보이길래, 줌으로 당겨서 찍고 있는 중입니다.
기상청 레이다 기지입니다.
저런 걸 왜 찍을까?
우측은 바닷가입니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식당에 가고 있는 중입니다.
원주민도 추워서 안 걸어 다니는데, 용감무쌍하게도 걸어서 갔습니다.
이거 저거 모두 다 카메라에 담고 싶기에 객기를 부려보았습니다.
저 멀리 갈매기 한 마리가, 눈보라가 너무 세게 부니 앞으로 전진을 못하고
맴을 돌길래 렌즈로 들여다보았습니다.
갈매기를 찍었더니, 눈보라에 가려서 마치 초점이 나간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사진들은 연속으로 보셔야 합니다.
목숨을 걸고 백사장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내려서 바닥을 점검하면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서 차가 빠지면 바로.......
도와줄 사람도, 전화도 안 되는 지역입니다.
왜 갔냐고요?
북극곰이 나타나면 콜라를 줄려고요.
참 무식합니다.
걷고, 또 걷고....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이곳은, 고래를 잡으면 해체를 하는 축제 현장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래 잡는 시즌이 끝나고 이렇게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 걷는 걸까요?
육지의 거의 끝까지 갔는데 , 북극곰이 오늘은 너무 추워서 집에서(빙하)
쉰다고 하네요.
할 수 없이 콜라만 마시고 왔습니다.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여기서 차가 빠지면 , 대책이 없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절대 도로를 걷지 마세요.
눈이 오면, 염화칼슘 대신 흙이나 작은 돌을 뿌립니다.
차가 지나가다가 그 돌이 튀어 사람이 맞으면 거의 사망입니다.
아주 위험천만입니다.
그래서 알래스카의 차들 앞유리가 깨진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따라 하지 마세요.
참 많이 걸었습니다.
원래 다이어트할 예정으로 굳게 결심했는데, 먹는 걸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안 빠져 이렇게 걷고 있는 중입니다.
습관적으로 잘 챙겨 먹게 되네요.
비행기 기내에서 화장실을 가는데 습관적으로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
가더군요.
참 습관이란 게 무섭네요.
이왕 간 김에 비행기 화장실 천정도 찍어보았습니다.
담배 피우지 말라네요.
비행기 기내 화장실에서 사진 찍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있으면 손드세요..ㅎㅎㅎ
이제는 한 몸같이 되어버린 사진기,
언젠가는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있었더니, 손이 굳어버렸더군요.
다음날 손을 한참이나 마사지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굳은살도 배기고,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찾는 촬영병이
걸린 것 같습니다.
공부를 예전에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를 수석으로 들어갔을 것 같네요...ㅎㅎ
제멋에 사니까 이렇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는 창피해합니다.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신경질도 냅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 고집스럽게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네요.
사진기의 욕심도 역시, 끝이 없네요.
표주박
북극에서 찍을게 눈밖에 없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아등바등했습니다.
눈보라 때문에 잘 나오지도 않는데, 그 눈보라를 찍으려고
참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그 북극해의 눈보라를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했음을 알아주시라고 여태 사설을
했답니다..ㅎㅎ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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